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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분 넷플릭스 '기리고' 보셨어요? 4월 24일 공개되고 단 3일 만에 글로벌 비영어 쇼 4위, 37개국 진입한 그 작품이요. 저도 주말에 정주행했는데, 솔직히 시작할 때는 "또 흔한 학원 호러겠지" 했거든요. 근데 보면서 점점 자세를 고쳐 앉게 되더라고요. 오늘은 이 작품 스포일러 하나 없이 후기 풀어볼게요. 1화 도입부 정보까지만 쓸 거니까 안심하고 끝까지 읽어주세요.

 

일단 어떤 이야기인지부터 (스포 없음)

설정 자체는 1화 시작 5분 안에 다 공개되는 내용이에요. "소원을 이뤄주는 앱 '기리고'." 중학교 때부터 절친인 다섯 명의 고등학생 — 세아, 나리, 건우, 하준, 형욱이 있어요. 어느 날 성적 때문에 고민 많던 형욱이가 갑자기 학력평가에서 수리영역 만점을 받아오죠. 친구들은 의심하고, 추궁에 못 이긴 형욱이가 털어놓는 게 바로 그 앱이에요. "소원을 이뤄주는 앱"이래요. 다들 코웃음 치면서도 호기심에 들여다보는데, 그 순간 형욱이 휴대폰에 의문의 24시간 타이머가 시작돼요.

여기까지가 1화 초반 도입부예요. 더 이상은 안 풀게요. 근데 이 설정 하나만으로도 "어, 이거 무슨 이야기지?"라는 호기심이 확 생기지 않나요?

 

장르가 한두 개가 아니에요

이게 기리고의 매력 포인트인데요. 처음 1, 2화만 보면 "아 학원 호러구나" 싶어요. 그런데 3화부터 분위기가 살짝 바뀌어요. 4화, 5화 가면서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요. 결말까지 가는 동안 이 작품은 학원물, 공포물, 오컬트, 추리물을 다 끌어다 써요.

흥미로운 건요, 이렇게 여러 장르를 끌어 쓰면 보통 산만해지거든요. 어디 하나에 집중을 못 하니까. 근데 기리고는 그 사이를 잘 엮었어요. 어떤 부분에서는 곡성이나 파묘 같은 한국식 오컬트의 결이 살짝 느껴지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인셉션처럼 꿈과 현실이 흐려지는 연출이 나와요. 본 사람들이 "이거 어디서 봤더라" 하는 익숙함과 동시에 "이건 새로운데"라는 신선함을 같이 느끼는 이유예요.

잔인한데 잔인하지 않아요 (이상하지만 사실이에요)

호러 장르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실 거예요. 한국 호러물의 흔한 함정 중 하나가 "잔인함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거든요. 피 튀기고, 비명 지르고, 그걸로 호러를 만든다는 식이요. 그런데 기리고는 그 길로 안 가요.

물론 시각적으로 잔인한 장면이 없는 건 아니에요. 분명 있어요. 다만 그걸 전면에 내세우지 않아요. 이게 무슨 뜻이냐면, 잔인함이 그 장면의 "목적"이 아니라 이야기를 끌어가는 "도구"로만 쓰인다는 거예요. 그래서 호러 좋아하시는 분도 만족하실 거고, 호러 너무 자극적인 거 싫어하시는 분도 보실 만해요. 저는 후자에 가까운데도 끝까지 봤어요.

 

배우들이 진짜 잘했어요

이게 또 인상적이었던 부분이에요. 주연 배우들 대부분이 넷플릭스 시리즈 데뷔거든요. 전소영, 강미나, 백선호, 이효제 모두 처음이에요. 그런데 보면서 "이게 데뷔작 맞나?" 싶을 정도로 단단해요.

특히 주인공 세아 역의 전소영 씨는 이미 OSEN 등에서 "무서운 신예"라는 평을 받고 있어요. 국가대표 유망주 역할을 위해 두 달간 육상 훈련까지 받고 태닝까지 했다는 정성. 그런 디테일이 화면에 그대로 드러나거든요.

나리 역의 강미나 씨도 인상적이에요. I.O.I 출신이라 가수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 작품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얼굴을 보여줘요. 인터뷰에서도 본인이 이 캐릭터에 정말 몰입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현우석 씨. '보건교사 안은영' 이후 6년 만의 넷플릭스 시리즈 복귀인데요, 역시 무게감이 있어요. 베테랑이 끼어 있어서 신예들이 살아나는 그림이에요.

 

'기리고' 앱이 진짜 있어요

이건 진짜 신박한 마케팅 포인트인데요. 작중에 등장하는 그 '기리고' 앱이요. 실제로 플레이 스토어와 앱스토어에 있어요. 개발자 이름까지 작중 인물이랑 똑같이 'Kwonsiwon'(권시원)이고, 인터페이스도 드라마와 완전히 일치해요.

다만 진짜 앱에서는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창은 안 떠요. 안 뜨는 게 다행이지 뜨면 좀 무섭잖아요. 어쨌든 이 마케팅 덕분에 드라마 흥행과 함께 앱 자체도 앱스토어 엔터테인먼트 차트 2위를 달성했어요. 기획력 진짜 한 수.

저도 한번 깔아봤는데, 깔아두고 한참을 들여다보지 못했어요. 뭔가 켜기가 좀 무서워서요. 이게 드라마의 힘인 것 같아요.

 

장단점 솔직 정리

👍 좋았던 점

  • 설정 자체가 신선해요. "소원 들어주는 앱"이라는 시작이 단순한데도 끌어요
  • 전개 속도가 빠르고 짜임새 있어요. 6화로 떨어지는 게 적절해요
  • 잔인함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아서 부담이 적어요
  • 한국 호러물의 결과 글로벌 호러물의 결을 잘 섞었어요
  • 마지막 화에 미묘한 반전이 있어요 (스포 안 함, 그냥 있다는 것만)

👎 아쉬웠던 점

  • 중간중간 의외로 가벼운 개그 장면이 들어가는데, 호러 분위기와 살짝 안 어울려요
  • 6화 클라이맥스가 인상적이라서, 마지막 7화가 살짝 그에 비해 평범하게 느껴질 수도
  • 오컬트 요소가 등장하면서부터는 "곡성", "파묘"가 익숙한 분들에겐 데자뷰 느낌이 들 수 있어요

이 분들에게 추천드려요

  • 한국 호러물에 익숙하지만 새로운 결을 원하시는 분
  • 학원물 + 미스터리 조합 좋아하시는 분
  • 전소영, 강미나 같은 신예 배우들의 발견을 즐기시는 분
  • 주말에 한 번에 몰아볼 짧은 시리즈(6화) 찾으시는 분
  • '파묘', '곡성' 같은 한국식 오컬트의 결을 좋아하시는 분

이 분들에겐 비추천

  • 피 튀기는 슬래셔만 좋아하시는 분 (이건 그런 결이 아님)
  • 호러 자체를 못 보시는 분 (잔인 장면은 어쨌든 있음)
  • 학원물 자체에 거부감 있으신 분

마무리

기리고는 한국이 이제 호러 장르에서도 글로벌 시장에 통한다는 걸 다시 한 번 증명한 작품이에요.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4위라는 게 그냥 나온 숫자가 아니거든요. 일본 게임 디렉터 코지마 히데오까지 5화까지 시청 후 호평을 남겼다고 하니, 이건 진짜 K-호러의 저력이라고 봐야겠죠.

그리고 한국 시청자 입장에서 또 좋은 건요, 러닝타임이 부담 없다는 거예요. 6화짜리라 토요일 하루에 다 볼 수 있어요. 영화 한 편 보는 시간보다 살짝 길지만, 영화 한 편보다 훨씬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요.

여러분도 한 번 보시고 어땠는지 알려주세요. 저는 시즌 2가 나올지 안 나올지 그게 제일 궁금해요. 결말이 시즌 2 가능성을 살짝 열어두긴 했거든요. 그건 직접 보고 판단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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